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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을 한글로 쓰면 무엇이 달라질까

같은 철자도 다른 소리가 되는 이름, 한글이 다른 언어를 만나는 방식

핵심 요약

  • Thomas라는 이름은 한글에서 언제나 같은 모습이 되지 않는다.
  • 국립국어원의 외래어 표기 자료에는 프랑스 영화 제작자 Thomas Langmann이 ‘토마 랑그만’으로, 영국 운동선수 Thomas Fleetwood가 ‘토머스 플리트우드’로 실려 있다.

Thomas라는 이름은 한글에서 언제나 같은 모습이 되지 않는다. 국립국어원의 외래어 표기 자료에는 프랑스 영화 제작자 Thomas Langmann이 ‘토마 랑그만’으로, 영국 운동선수 Thomas Fleetwood가 ‘토머스 플리트우드’로 실려 있다. 알파벳 철자만 같다고 한글도 같아지는 것은 아니다. 그 이름을 어떤 언어에서 어떻게 부르는지가 표기에 들어온다. 국립국어원 프랑스 인명 표기 · 영국 인명 표기

해외 독자가 자기 이름을 한글로 써보는 일에도 같은 질문이 생긴다. 로마자 글자 하나를 한글 하나로 바꾸면 될까. 모국어에서 익숙한 소리는 한글로도 그대로 보일까. 이름은 이미 잘 아는 말이기에, 새로운 문자가 무엇을 담고 무엇을 다르게 표현하는지 알아보기 좋은 출발점이다.

철자를 옮기는 일보다 먼저 소리를 듣는다

한글은 자음과 모음을 나타내는 글자를 음절 단위로 모아 적는다. ‘토마’에서는 ㅌ·ㅗ와 ㅁ·ㅏ가 각각 한 음절을 이룬다. 외국 이름을 한글로 옮길 때도 원래 철자의 개수보다 그 이름의 소리를 어떤 자음과 모음으로 나타낼지가 중요해진다. 앞의 두 Thomas가 다른 모습을 갖는 이유를 이해할 실마리다. 국립국어원 ‘한글의 구성’

자기 이름을 한국인 친구에게 알려주는 상황을 떠올려 보자. 원래 철자를 보여주는 것에 더해 실제로 이름을 말해주면, 상대는 눈으로 읽은 이름과 귀로 들은 이름을 함께 비교할 수 있다. 이름에 한국어에는 없는 소리나 다른 강세가 있다면 그 차이 자체가 대화의 내용이 된다. 어느 나라 말인지, 어디에 힘을 주어 부르는지 설명하는 순간, 한글 쓰기는 모국어의 소리를 다시 살펴보는 일이기도 하다.

한국어에 없는 소리는 어떻게 담을까

낯선 이름을 한글로 읽으면 원래 발음과 다르게 들리는 부분이 생길 수 있다. 한국어의 글자와 소리 체계를 이용해 다른 언어를 옮기기 때문이다. 국립국어원은 외래어 표기가 현대 한글 자모를 바탕으로 한국어 안에서 의사소통할 수 있도록 만든 규정이라고 설명한다. 원어의 모든 소리 차이를 표시하려고 별도의 기호를 새로 만드는 방식은 아니다. 국립국어원 ‘24자모 제한의 의미’

일상 단어에서도 이 과정을 볼 수 있다. 영어 coffee는 한국어에서 ‘커피’가 된다. ‘커피’의 ㅍ을 한국어 방식으로 발음하는 것과 영어의 f를 발음하는 것은 다르다. 외국에서 온 말이 한국어 어휘가 되면서, 한국어 사용자가 읽고 말할 수 있는 형태를 얻은 사례다. 국립국어원은 ‘버스’, ‘커피’, ‘컴퓨터’를 이런 외래어의 예로 든다. 국립국어원 ‘외래어→한글’

이 차이는 한글 이름을 듣고 잠시 낯설게 느끼는 이유도 설명해 준다. 종이에 적힌 한글은 한국어 화자가 이름을 읽을 때 길잡이가 되지만, 모국어의 발음 전체와 똑같지는 않을 수 있다. 글자를 보여주는 일과 원래 소리를 들려주는 일이 함께 필요한 까닭이다.

내가 아는 도시가 한국어에서는 어떻게 보일까

이름에서 시작한 관심은 지명으로도 이어진다. 프랑스의 Paris는 한국어에서 ‘파리’로 적는다. 국립국어원의 외래어 표기 해설은 프랑스어의 소리와 한국어 표기가 일대일로 겹치지 않는 이 사례를 들어, 외래어를 적는 데에는 한국어의 표기 원칙이 작동한다고 설명한다. 국립국어원 외래어 표기 해설

자신이 살던 도시나 좋아하는 음악가의 이름을 한글로 찾아보면, 처음 보는 글자들 사이에서도 이미 아는 대상을 발견할 수 있다. 뜻부터 새로 외워야 하는 단어와 달리 이름의 주인공을 알고 있으므로, 남는 질문은 그 소리가 한국어에서 어떻게 적히고 읽히는가다. 낯선 문자를 자기 관심사와 연결할 수 있는 지점이다.

이름은 그대로, 읽고 부르는 길이 하나 더 생긴다

자기 이름을 한글로 적어본다고 이름의 의미나 그 이름으로 살아온 경험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달라지는 것은 한국어를 읽는 사람이 그 이름에 다가가는 방식이다. 설명 없이 지나치던 철자가 읽어볼 수 있는 소리가 되고, 그 소리가 맞는지 서로 묻고 답할 수 있게 된다.

한글날에 처음 한글을 접한다면 자기 이름이나 고향의 이름부터 써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모국어로 불렀을 때와 나란히 놓고 어디가 닮고 다른지 살펴보면 된다. 그 작은 비교에는 한글의 조합 원리와 두 언어의 소리 차이, 그리고 상대의 이름을 제대로 불러보려는 관심이 함께 담긴다. 새 글자를 배우는 일이 이미 알고 있던 자신의 세계를 다른 사람에게 소개하는 일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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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주 기자 · lcj3117@gea.s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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