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을 읽기 시작한 뒤에도 한국어 공부가 계속되는 이유
‘옷’에 ‘이’를 붙이면 왜 [오시]라고 읽을까. ‘학교에 가요’와 ‘학교에서 공부해요’에는 왜 다른 말이 붙을까. 한글 자모를 익힌 사람도 한국어를 읽고 말하면서 새로 만나는 질문들이다. 글자를 조합하는 원리, 단어가 소리 나는 방식, 문장 안에서 뜻을 만드는 규칙은 서로 이어지지만 각각 익혀야 한다. 한글날에 문자의 설계를 들여다보면, 한국어 공부가 글자를 배운 뒤에도 계속되는 이유가 구체적으로 보인다.
핵심 요약
- ‘옷’에 ‘이’를 붙이면 왜 [오시]라고 읽을까.
- ‘학교에 가요’와 ‘학교에서 공부해요’에는 왜 다른 말이 붙을까.
‘옷’에 ‘이’를 붙이면 왜 [오시]라고 읽을까. ‘학교에 가요’와 ‘학교에서 공부해요’에는 왜 다른 말이 붙을까. 한글 자모를 익힌 사람도 한국어를 읽고 말하면서 새로 만나는 질문들이다. 글자를 조합하는 원리, 단어가 소리 나는 방식, 문장 안에서 뜻을 만드는 규칙은 서로 이어지지만 각각 익혀야 한다. 한글날에 문자의 설계를 들여다보면, 한국어 공부가 글자를 배운 뒤에도 계속되는 이유가 구체적으로 보인다.
‘한’이라는 한 음절을 이루는 세 자모
‘한글’은 두 덩어리처럼 보이지만, 나누어 보면 ㅎ·ㅏ·ㄴ과 ㄱ·ㅡ·ㄹ로 이루어져 있다. 한글은 자음과 모음을 나타내는 글자를 이렇게 음절 단위로 묶어 적는다. 이를 모아쓰기라고 한다. 로마자를 한 글자씩 옆으로 이어 적는 방식에 익숙한 학습자라면 먼저 눈에 띌 차이다. 국립국어원 ‘한글의 구성’
한 음절 안에서도 낱글자의 자리가 정해져 있다. ‘한’에서는 ㅎ이 첫소리, ㅏ가 모음, ㄴ이 받침 자리를 차지한다. 받침 없이 쓰는 음절도 있다. ‘우유’의 ‘우’와 ‘유’는 각각 ㅇ과 모음으로 이루어지는데, 이때 첫소리 자리에 놓인 ㅇ은 별도의 자음 소리를 내지 않는다. 이런 구조를 알면 ‘한’, ‘글’, ‘우’, ‘유’를 각각 새로운 그림처럼 외우는 대신, 이미 배운 자모를 어떤 자리에 놓았는지 살펴볼 수 있다. 국립국어원 ‘한글의 구성’
글자 모양에 소리의 관계를 담았다
기본 자음 ㄱ·ㄴ·ㅁ·ㅅ·ㅇ은 발음 기관의 모양을 본떠 만들었다. ㅁ은 입술을 다문 모양, ㄴ은 혀끝이 윗잇몸에 닿는 모양을 바탕으로 한다. ㄱ에 획을 더해 ㅋ을 만드는 것처럼 기본 글자를 바탕으로 다른 글자를 설계했다. 오늘날 배우는 ㄱ·ㅋ·ㄲ에서도 모양과 소리의 관계를 볼 수 있다. 세 자음은 입 안의 같은 위치에서 발음하면서 예사소리·거센소리·된소리로 구별된다. 국립국어원 ‘자음’
모음에는 당시의 철학적 생각도 반영됐다. 창제 때의 기본 모음 ㆍ·ㅡ·ㅣ는 각각 하늘·땅·사람을 상징했다. 이 요소들을 조합해 다른 모음 글자를 만들었다. ㆍ를 ㅡ의 위아래에 놓는 방식은 ㅗ·ㅜ로, ㅣ의 오른쪽과 왼쪽에 놓는 방식은 ㅏ·ㅓ로 이어졌다. 오늘의 글자에서는 당시의 점이 짧은 획처럼 보인다. ㅗ와 ㅏ를 합쳐 ㅘ를 쓰는 방식에서도 조합의 원리를 살필 수 있다. 서로 닮은 글자들이 우연히 닮은 것은 아닌 셈이다. 국립국어원 ‘모음’
같은 ‘옷’인데 뒤에 오는 말에 따라 소리가 달라진다
‘옷’은 홀로 읽으면 [옫]이지만, 조사 ‘이’가 붙으면 [오시]가 된다. 받침 ㅅ을 뒤 음절의 첫소리로 이어 발음하기 때문이다. ‘옷도’에서는 받침이 [ㄷ]으로 나고 뒤의 ㄷ이 된소리로 바뀌어 [옫또]가 된다. 글에서는 ‘옷’이라는 형태를 유지하지만, 말할 때는 뒤에 오는 소리와의 관계가 발음에 반영된다. 자모를 아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글자들이 이어질 때 소리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익히는 것이다. 한국어기초사전 ‘옷’ · 국립국어원 표준 발음법 해설
‘학교에’와 ‘학교에서’, 짧은 말이 문장의 관계를 정한다
소리 내어 읽을 수 있는 문장에서도 뜻을 가르는 작은 차이가 남는다. 예를 들어 ‘학교에 가요’와 ‘학교에서 공부해요’를 읽을 수 있어도, ‘에’와 ‘에서’가 어떤 일을 하는지는 배워야 한다. 첫 문장의 ‘에’는 학교가 가는 목적지임을, 두 번째 문장의 ‘에서’는 학교가 공부하는 장소임을 나타낸다. 글자를 읽은 다음에는 단어 뒤에 붙는 조사가 문장 안에서 어떤 관계를 만드는지 이해하는 것이다. 한국어기초사전 ‘에’의 3번 뜻, ‘에서’의 1번 뜻
‘한’을 자모로 나누고, ‘옷이’를 [오시]로 읽고, ‘학교에 가요’에서 목적지를 알아보는 일에는 서로 다른 지식이 쓰인다. 한글의 구조를 익히면 글을 읽기 시작할 수 있고, 발음과 어휘, 문법을 배우면서 읽은 내용을 이해하고 자기 말로 표현하는 범위가 넓어진다. 글자를 배운 뒤의 한국어 공부는 그 읽기의 도구를 실제 말과 문장 속에서 사용하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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